🌌 범인은 누구인가, 아니… 존재하기는 하는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공범』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 범인”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진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떠넘기며,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한 화재 사건을 둘러싼 수사와 언론의 프레임, 그리고 사회적 시선 속에서 독자는 “범인은 누구인가?”보다 “왜 우리는 허구의 범인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가공범』의 줄거리, 사회적 메시지, 저자의 스타일, 그리고 형사 고다이 쓰토무를 중심으로 작품의 깊이를 탐색해보려 한다.
Table of Contents
📘 책 개요
📖 책 제목
『가공범』 (假共犯)
제목 ‘가공범’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범인을 뜻한다. 이 단어 하나로 작품의 핵심 주제<<사회가 만들어내는 책임의 구조와 진실의 왜곡>>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
1958년 오사카 출생. 1985년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후,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단순한 트릭 중심의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를 개척해왔다.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백조와 박쥐』 등은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의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다수 제작되었다.
『가공범』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그간의 작가적 통찰과 문제의식이 집약된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기존의 미스터리 구조를 뒤흔들며, 독자에게 “범죄란 무엇인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 출판사
현대문학
한국어판은 현대문학에서 2023년 출간되었으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주요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출판사다. 번역은 김난주 번역가가 맡아, 원작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사회적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한다.
📚 장르
사회파 미스터리 / 심리 스릴러 / 범죄 드라마
『가공범』은 단순한 범죄 추적이 아닌,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회파 미스터리’다. 언론, 경찰, 대중 심리 등 현실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독자는 사건의 진실보다 그 이면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인물 간의 심리적 갈등과 윤리적 선택이 중심축을 이루며, 미스터리 장르의 깊이를 확장한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과 연결성
『가공범』은 전작 『백조와 박쥐』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두 작품 모두 고다이 쓰토무 형사가 등장하며, 사회적 책임과 진실의 본질을 탐구한다. 『백조와 박쥐』가 과거의 고백과 진실을 다뤘다면, 『가공범』은 현재의 프레임과 허구의 책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처럼 히가시노는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독자에게 더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 줄거리와 주요 설정
『가공범』은 한 화재 사건으로 시작된다. 피해자는 한 가정의 어머니였고, 사건은 단순한 실화로 보였지만 경찰은 명확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를 진행한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가공범’이다. 존재하지 않지만, 수사와 언론, 사회가 만들어낸 허구의 범인.
경찰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이럴 법한 범인’을 상정하고, 그에 맞춰 수사를 진행한다.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사람들은 그 허구의 존재를 실제처럼 받아들인다.
주인공은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로, 직접적인 범행과는 무관하지만 사회적 시선과 언론의 프레임에 의해 점점 ‘공범’처럼 몰려간다.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사회는 ‘가공범’을 받아들인 상태다.
이야기의 전개는 단순한 범죄 추적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의 충돌을 중심으로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와 방관자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독자는 도덕적 판단의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통해 “범죄란 무엇인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단순한 미스터리 이상의 깊이를 제공한다.
🧠 사회적 메시지와 주제 의식
『가공범』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사회는 때로 진짜 범인보다 허구의 범인을 더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수사 성과를 위해, 언론은 클릭을 위해, 대중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범인을 만들어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언론의 선정성: 자극적인 보도로 사건을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한다.
경찰의 수사 방식: 실체 없는 범인을 상정하고, 그에 맞춰 증거를 끼워 맞춘다.
대중의 집단 심리: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를 범인으로 규정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진실은 점점 흐려지고, 책임은 분산된다. 히가시노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믿고 싶은 진실을 만드는 것이 더 쉬운 사회”라는 불편한 진실을 독자에게 던진다.
또한, 이 작품은 도덕적 책임의 경계를 묻는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방관하거나 침묵한 사람은 과연 무죄일까? 히가시노는 이 질문을 통해 독자의 윤리적 감각을 시험한다.
✍️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타일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으로, 그의 작품은 단순한 트릭이나 퍼즐을 넘어선다. 그는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를 정교하게 엮어내는 작가다. 『가공범』에서도 그는 다음과 같은 스타일을 보여준다:
① 치밀한 플롯과 반전
히가시노의 작품은 독자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가공범』 역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수차례 반전이 등장하며, 독자의 추리를 계속해서 뒤흔든다.
② 인간 심리 묘사
인물들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다. 각자의 사정과 내면의 갈등을 지닌 복합적인 존재로 그려지며, 독자는 그들의 선택에 공감하거나 분노하며 스스로의 도덕적 기준을 되돌아보게 된다.
③ 사회적 통찰
히가시노는 단순히 범죄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범죄가 발생한 사회적 배경과 구조를 함께 조명한다. 『가공범』은 특히 언론, 경찰, 대중 심리 등 현실적인 요소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미스터리 장르의 깊이를 확장한다.
🕵️ 고다이 쓰토무 형사 인물 분석: 『백조와 박쥐』 vs 『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공범』에서 고다이 쓰토무 형사를 다시 등장시킨다. 그는 이전 작품인 『백조와 박쥐』에서도 등장했던 인물로, 두 작품 모두에서 강력계 형사로 활약하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 공통된 특징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수사관
고다이 형사는 두 작품 모두에서 현장 중심의 수사관으로 묘사된다. 그는 천재적인 추리력보다는 끈기와 직관,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인물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인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지녔으며, 법과 정의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현실주의자다. 후배 형사와의 협업에서도 신뢰를 주는 리더십을 보여준다.
📘 『백조와 박쥐』 속 고다이
>>진실을 향한 집요한 시선
『백조와 박쥐』에서 고다이는 젊은 형사 나카마치와 함께 팀을 이루어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이 작품은 과거의 고백과 현재의 진실이 교차하는 구조로, 고다이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피해자 유족과의 대화에서는 공감과 경계 사이를 오가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다. 그는 단순한 범죄 해결을 넘어, 도덕적 판단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인물로 기능한다.
📕 『가공범』 속 고다이
>>존재하지 않는 범인을 추적하다
『가공범』에서는 고다이가 ‘가공의 범인’을 둘러싼 사건을 수사하며, 사회 구조의 모순과 언론의 프레임에 맞서는 형사로 그려진다. 그는 실체 없는 범죄자를 상정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시스템 속에서, 진짜 책임과 진실이 무엇인지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언론과 경찰 조직의 압박 속에서도 독립적인 판단을 유지하며, 더욱 노련하고 깊은 통찰력을 지닌 형사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계관 연결
>>고다이라는 시선의 확장
히가시노 게이고는 고다이 형사를 통해 작품 간의 느슨한 연결고리를 만든다. 독자는 고다이의 시선을 통해 각기 다른 사건을 바라보며, 작가가 던지는 윤리적 질문과 사회적 메시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백조와 박쥐』에서는 진실의 무게와 고백의 의미를 중심으로,
『가공범』에서는 허구의 책임과 사회적 구조의 모순을 중심으로,
고다이는 단순한 형사가 아니라, 작가의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로 기능하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철학적 질문—진실, 책임, 윤리—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매개체다.
📖 독서 후기 및 추천 이유
『가공범』은 읽는 내내 불편하고, 읽고 나면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단순한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읽었다면, 그 이상의 깊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서 강력히 추천할 만하다:
- 몰입감 있는 전개: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긴장감 넘치며, 독자의 추리 본능을 자극한다.
- 예측 불허의 반전: 히가시노 특유의 반전은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이어진다.
- 사회적 통찰력: 단순한 범죄 해결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 윤리적 고민: 독자는 “나는 과연 진실을 직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 심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강력히 추천한다. 『가공범』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적 깊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 중 하나이며, 그의 40년 작가 인생을 집약한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